영어공부를 하다 보면 대개 한 번쯤 영어권 국가에서 살아보기를 꿈꾼다. 국내에서는 영어에 장시간 자연스레 노출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살아보는 기회가 흔히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원어민 일대일 과외를 하려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다양한 자료로 영어 독학에 성공하신 분들도 계실테지만, 일반적으로 혼자서 영어공부를 하려고 적당한 자료를 찾아 스스로를 꾸준히 영어에 노출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효과적인 대안을 모색해보다가 언어교환(Language Exchange) 모임을 알게되었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서로 친목도모를 하며 각자의 모국어를 가르쳐주자는 취지의 모임이다. 흔히 외국인 친구를 사귀며 영어공부도 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데, 이렇게 오프라인 모임 외에도 일종의 펜팔처럼 온라인에서 이메일이나 메신저(카톡, 라인), 또는 영상통화로 이루어지는 언어교환도 있다.
이러한 오프라인, 온라인 언어교환 모임 또는 서비스에 대해서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솔직하게 정리해보겠다.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 있음을 미리 알린다.
차례
오프라인 모임- 언어교환 모임
- 토스트마스터즈 클럽
온라인 서비스
- 언어교환 중개 사이트
- 헬로톡 Hellotalk
전체 결론
언어교환 모임 (오프라인)
언어교환 모임이라고 해도 다 같은 모임이 아니다. 같이 영어모임을 하던 사람들 중 언어교환 모임을 전전하다가 실망했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들은바에 의하면 언어교환을 표방하는 모임의 많은 경우가 체계가 없어서 그저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영어로 대화를 할 뿐이라고 한다. 그래도 영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겠냐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처음 그런 모임에 가면 마치 학기 중간에 전학온 학생마냥 서먹한데다가 정해진 체계나 토론시간이라도 있으면 발언권을 가질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회자 또는 체계가 없기 때문에 영어 회화를 썩 잘하지 못한다면 대화 중간에 끼어들기조차 힘들고, 그와중에 다른 멤버들의 영어실력이 나와 차이가 많이 난다면(너무 잘해도, 너무 못해도 문제), 그리고 문화와 관심사가 다르다면 대화는 더 이어지기 힘들다고 한다. 이 비슷한 이야기를 유튜버 양킹님이 하신 적이 있다.
애초에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의 낯선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이니 멍석 깔아준다고 다 친해지고 언어를 배울 수 있을리가 없다. 결국 언어교환을 목적으로 모임이 기능하려면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게 굳이 가보지 않고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된다. 외향적이고 사교성이 남다르고 어느정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한 사람들이라면 적응하기 쉽긴 하겠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영어를 배우기보다는 '연습'하러 가기에는 적당해 보인다.
반면, 한국어로 말하는 시간과 영어로 말하는 시간을 나누어 언어를 '교환'하며 배우게 하는 체계적인 언어교환 모임도 있다고 들었다. 매번 특정 주제를 정해줘서 다양한 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이런 모임이라면 영어를 차근차근히 배워가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결론: 모임마다 프로그램도 제각각이라 참석전에 잘 알아보아야 한다. 외국인친구를 사귀며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고 광고하더라도 운좋게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야 친구가 되는 법이니, 맛보기 참여 후에 스스로 판단해보면 좋겠다. 친목 동호회(외국어학습이 주 목적이 아닌 모임인데 외국인이 많다든가 유학파가 많다든가 해서 우연히 공용어가 영어인 경우)를 홍보하려고 언어교환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인 경우도 많으므로 개인의 목적에 맞게 살펴보고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
토스트마스터즈 클럽 Toastmasters club (오프라인)
엄밀하게는 언어교환 모임은 아니고 정확히는 대중 연설(Public speaking) 능력을 기르기 위한 모임이다. 단순하게는 무대에서 떨지 않고 말하는 능력, 무대공포증 극복, 프리젠테이션 능력(꼭 PPT를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필요로 하는 리더십 함양 등을 목표로 한다.미국에서 시작되었고, 한국에서는 일반 토스트마스터즈 모임(전과정 영어로만 진행)과 한국어 토스터마스터즈 모임이 있어서 영어공부 목적으로 일반 토스터마스터즈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1) Prepared Speech Session (Members Only): 매주 2-3명의 발표자가 Toastmasters International에서 제공하는 curriculum에 따라 prepared speech (5-7 mins)를 진행한다.
2) Debate Session (Members and Guests):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찬성/반대 팀으로 나누어 각자의 의견을 간단하게 발표해보는 시간이다.
3) Table Topics Session (Members and Guests): Topics Master가 제시하는 간단한 질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말해볼 수 있는 impromptu speech 시간이다.
4) Evaluation Session (Members Only): 몇 명의 member가 evaluator로서 prepared speech speakers와 모임 전체 진행에 대해서 피드백을 해보는 시간이다.
장점:
- 체계적이다. (첫 방문시에는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그 뒤는 적응하기가 쉽다.)
-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이다. (어느 클럽을 가도 거의 이렇다.)
- 클럽 수가 엄청 많다. (토스트마스터즈 홈페이지 www.toastmaster.org에서 가장 가까운 클럽 검색해서 가보면 된다.)
-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모임 장소(대여비)와 클럽 운영정책에 따라 다르지만 월 10,000-20,000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
- 보통 주 1회 모임이라 요일만 안 겹치면 여러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 내가 원하는 만큼 참여할 수 있다. (원하면 말 많이 하고 올 수도 있다.)
- 영어 외에도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능력, 발표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어휘와 문법과 발음이 의사소통의 전부가 아니다.)
단점 및 주의사항:
- 대부분의 클럽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주요 광역시에도 있는 편인데 아무래도 수도권인 경우가 선택의 폭이 더 넓다.)
- 클럽 임원진이 6개월 임기제인데 임원진에 따라 모임 분위기는 조금 다를 수 있다.
- 클럽마다 연령대가 다르다. (그래도 어디든지 대체로 open-minded한 사고를 가진 분들이 많은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개의치 않고 어울렸다.)
- 기본적으로 영어를 갈고 닦으러 오는 곳이 아니다. (영어 잘 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재미있게 발표하는 멤버와 품위있고 다채로운 어휘의 영어를 추구하는 멤버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재미있고 수준높게 발표해서 롤모델이 되어줄 만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 각자가 원하는 만큼 참여할 수 있다. (때에 따라 클럽에 따라 열심히 참여하는 회원이 적어질 수도 있고 전반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
- 영어를 책임지고 교정해줄 사람이 없다. (모임 내 Grammarian이라는 역할을 번갈아가며 맡기는 하지만, 사람마다 능력이 제각각이고 누군가를 지적한다는건 어려운 일인데다 멤버들이 틀린게 많으면 짧은 시간에 다 지적할 수도 없어서 큰 효용이 없다.)
추가사항:
2020년 4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잠정적으로 온라인모임으로 바뀌어 zoom 등 화상회의 플랙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장감이 감소하고 초심자가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성을 이해하기 힘들게 되어서 단점이지만 시공간적 제약에 상관없이 참여해볼 수 있어 좋기는 하다.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개별 클럽 연락처를 통해 연락하면 된다.)
결론: 장단점이 있지만 본인이 열심히 할 의지만 있다면, 한 6개월 - 1년쯤 집중적으로 참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참여하며 영어를 연습하고, 부족한 영어를 발견하면 모임 뒤에 바른 영어를 검색해서 스스로 고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뭐든지 그렇지만 재미로 가면 재미로 끝난다.
언어교환 중개 사이트
우선 사이트들부터 소개해 본다.1) Conversation Exchange
2) My Language Exchange
회원가입을 하면 모국어와 배우고 싶은 언어를 설정하게 된다. 그리고 모국어와 배울 언어가 나와 정확히 반대인 다른 사용자를 검색해서 서로 언어교환을 할 수 있다. 형태는 이메일, 메신저, 화상통화(Skype) 등으로 선택할 수 있다. 내가 먼저 사용자를 검색해서 '언어교환 할래?'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 가끔 먼저 연락오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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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rsation Exchan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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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anguage Exchange |
두 사이트를 통해서 언어교환 파트너를 5명 정도 만나 (주로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는데, 그중에 그나마 오래 이야기를 주고받은 사람은 2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유를 되돌아보면, 우선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서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외국인이면 시간을 정해서 언어교환을 할텐데, 한국 문화에 관심이 애매하게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한 것도 아니고 친구신청이 와서 수락한 것인데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가 별로 없어서 대화를 이끌어내는데 힘들어서 나중에는 관뒀다. 2달 동안 대화를 한 친구의 경우는 영어 사용 동남아권 친구였는데 (싱가폴 또는 홍콩이었던 것 같다.) 가끔 영어 문법을 잘못 교정해줬다. 이외에 좀 이상한 경우들이 있었는데 여기서 자세히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헬로톡 Hellotalk
Hellotalk의 경우는 외국어를 배우는 사용자들의 앱 기반 커뮤니티이다. 모국어와 배우려는 언어를 설정해놓으면 짝이 맞는 게시물이 뉴스피드에 나타난다. 내가 한국어를 모국어로, 영어를 배운다고 설정해놓으면 영어가 모국어이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올린 글들이 나타난다.대화상대 찾는다고, 친구 찾는다고 글올리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텐데 여기서도 게시물을 올리는 (도배하는) 이용자들은 대개 뭔가 현실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아서 굳이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 외에 정말 한국어를 배우려고 첨삭을 요청하는 이용자들도 많기는 하다. 이 서비스는 언어교환 용도보다는 짧은 영작을 첨삭받고 싶을때 올려서 랜덤한 이용자들이 보고 첨삭해주기를 기다리는 용도가 더 유용해 보인다. 여기서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친구를 찾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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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Tal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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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Talk |
결론: 한국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뜬금없이 누군가와 갑자기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인터넷의 익명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현실에서 사회성과 대화능력이 조금 결여된 사람들이 언어교환은 뒷전이고 친구를 찾는 경우가 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음맞는 친구를 찾을 가능성도 있을테지만 운에 맡길 일으로 보인다.
전체 결론
나는 언어교환 모임을 통해서는 제대로 외국인 친구를 만날 순 없었다. 오히려 내가 노력해서 가입한 모임이 아닌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친해져 몇달간 꽤 자주 대화를 나눈 외국인 친구가 3명 정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언어교환에서 좋은 친구를 만난 경우도 보이므로 내가 운이 좋지 않은 경우일 수도 있다. 토스트마스터즈에서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뭐든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라 밑져야 본전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앞에서 열거한 방법들을 시도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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