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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으로 영어공부를 한다고? 인스타그램에서 즐겁게 영어연습하다 배운 것들.

내가 인스타그램으로 영어를 공부하게 된 이유.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생각이 많고 (기회가 주어지면) 말도 많은데 이걸 그냥 한글 대신 영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유창성이라도 조금 늘지 않을까? 이미 알고 있는 문법적 지식이나 단어는 꽤 되는데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게 평균적인 영어교육을 받은 한국인들의 특징이고 나도 그렇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꿰어본 적이 없어서 말하고 쓰는 능력이 늘지를 않는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을 잘 조합해서 영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을 평소 내재된 표현욕구로 추진력을 얻어 Instagram에 영어로 글을 올림으로써 해소하면 일석이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익명 공개계정으로 하면 그 누가 영어 못한다고 핀잔을 주겠는가? (비록 인스타그램 안에서만이지만) 외국인 친구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

발영어라도 괜찮아.

그리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영어 공부한다는 느낌보다는, 친구들과 소통 창구였던 비공개 실명계정에서 늘 그랬던 대로 소박한 주제의 글들을 영어로 쓸 뿐이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영어로 정리해서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는 버릇을 들이다 보니 확실히 쓰기 실력이 상승했다. 비록 원어민이 보면 엉망일 문장일지언정 기본 어휘로 여기저기 활용하는 능력이 생겼다. 남들이 이 글을 본다고 생각하니 문법을 신경쓰게되고, 이미 올린 뒤에도 틀린 부분이 발견되면 계속 고쳐나갔다. 이 과정에서 내가 썼던 글도 내가 반복해서 보게 되고 영작에 시간이 조금 덜 걸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영어를 연습해보자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영어로 소통하기

처음에는 그저 랜덤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줄 뿐이었는데 그중 외국인들이 말을 거는 경우도 있었다.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발영어라도 소통이 가능할 때의 희열이란! 하지만 먼저 댓글을 달아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고 그래서 나는 아예 내가 인스타그램 친구를 찾아나서기로 했다. 적당한 해시태그로 (#lifeinkorea #koreanlife #learningKorean, #Koreanlanguage #한국어, #한국어공부, #외국인 등) 검색을 해서 눈팅을 하다가 공감하는 게시물이 있으면 진심을 다해 적당히 두세마디 정도 영어로 댓글을 달아보았다. 가끔 한국어 공부를 하는 외국인들의 게시물에 한국인들이 아는 체 하느라고 한글 또는 영어로 시덥지 않은 댓글들을 다는 경우를 보았다. 대부분은 내용도 없고 일부는 심지어 예의에 어긋나는 댓글도 있었는데, 나는 남들과 다른 댓글을 추구했다.

예를 들면 언젠가는 어떤 외국인이 한국어 시험(TOPIK) 점수를 올린 것을 보았다. 꽤 높은 점수였다. 많은 한국인들이 댓글에 한글 또는 영어로 '멋지다.', '한국어 참 잘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그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저 정도의 점수가 어지간한 노력 없이는 나올 수 없을 것이고 이 사람이 그만큼의 노력을 한 뒤에 값진 결과를 얻었을 생각을 하니 단순한 댓글로는 공감을 표현하기 어려워보였다. 그래서 나는 '이 놀라운 점수 뒤에는 보이지 않는 당신의 노력들이 있을 것 같아요. 값진 결과로 그 노력이 보상 받았겠네요. 정말 신나겠어요. 축하해요.'라는 의미로 영작을 해서 댓글을 달았다. 그랬더니 당장 그 외국인은 내 댓글에만 아주 긴 댓글을 달아주었다. '맞아요. 사실 이 결과는 남들 잘 때 안 자고 피곤하고 힘들어도 커피로 졸음을 물리쳐가며 얻은 귀중한 결과죠. 내가 사 먹은 커피만 몇백잔이 될거에요. 알아줘서 정말 고마워요.'라는 의미로 구구절절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은 못 갚아도 인스타 친구는 만들 수 있었다. 슬슬 외국인 팔로워들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한 번 증가하기 시작하니 인스타그램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비슷한 계정들로 건너가서 또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한 번은 선거일에 많은 한국인들이 선거 도장을 손등에 찍고서 인증샷을 올리자 한국에 사는 미국인 인친이 내게 도장 안에 새겨진 무늬가 무얼 상징하느냐고 물어왔다. 어? 나도 모르는데? 하고 잠깐 생각해보니 나야 한글로 검색하면 되지만 그 친구는 영어로 검색해서는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일도 하고 상식 공부도 하고 영어도 연습할 겸 찾아보고 알려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정리해서 아예 그림 설명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영어로 글을 올리고 그 친구를 태그하였다. 그 친구는 이후에도 정중하게 소박한 질문들을 하기도 했고 내가 게시물에 좀 어색한 영어 표현을 쓰면 쪽지를 보내서 친절히 교정해주기도 했다.

Polyglot, 그리고 한국어 배우는 외국인

외국인들의 studygram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대학생들이 전공과목 필기 인증샷과 함께 글을 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여러가지 언어를 동시에 배우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많았다. 이 경우를 polyglot(knowing or using several languages)이라고 하는데 사용자검색에서 polyglot으로 검색해보면 많은 사용자가 나온다. 우리나라 공스타그램 사용자와 외국 polyglot 사용자들이 서로 댓글달아주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언어공부하는 외국인들 중에는 한국학을 전공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독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 일부는 글만 놓고 보면 너무 자연스럽게 쓴 데다가 최신 유행 인터넷 문화에도 익숙해서 줄임말이나 신조어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놀랐다.

그래서 내 영어공부에도 적용을 해보고자 유심히 본 결과, 핵심은 지속적인 관심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드라마를 한글자막과 영자막으로 번갈아 보고 비교해서 뜻을 배우고 노트에 받아적기도 하고, 한국 뉴스도 보고 팟캐스트도 듣고, 한국 노래 가사도 해석해보고, 한국 예능도 보고 유투브도 한국인들이 진행하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심지어 넷플릭스에서 한글자막이 제공되는 영어권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 저런식으로 몰입해서 하면 저정도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거구나. 그야말로 돈들여서 학원 다닐 생각만 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도 인스타그램과 병행하여 유튜브, 팟캐스트 등 트렌디하면서 현장감있는 학습 자료를 가끔 이용하게 되었다.


마치며

인스타그램은 재미있게 영어를 접하고 연습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최근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이전 계정에서 팔로워와 내가 맞팔로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다보니 피드에 너무 많은 글이 섞여 동시에 뜨게 되고 영어권 친구가 써놓은 글 찾아 읽으며 표현을 익히기도 쉽지 않아졌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많이 쓰다보니 개인 정보가 아무래도 조금씩 묻어나와 익명이 퇴색하기도 했고 지금은 영어 쓰기보다도 말하기에 (혹은 쓰기로 시작할지언정 말하기로 끝날 수 있도록) 초점을 두고 있어서 공부방법도 조금 바꾸고 새로운 계정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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